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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8-11-20 15:13 (화)
통영과 대중문화 #6 - 제1회 통영인디페스티벌을 다녀와서
통영과 대중문화 #6 - 제1회 통영인디페스티벌을 다녀와서
  • 미디어스 통영
  • 승인 2018.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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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진

지난주에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석 달 만의 통영이라 그런지 크게 변한 건 없더군요. 그리운 풍경들이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태어나고 20년 이상 거주했던 동피랑 집은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그래도 형태는 남아있어 가끔 찾아갈 때마다 아련함이 느껴지고는 합니다.

이십몇 년 만에 한산도도 다녀왔습니다. 모교인 통영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 이후로 간 적이 없었는데요. 오랜만에 간 한산도는 제 기억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한산도에 이렇게 긴 다리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숨겨진 명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통영은 여기저기 그런 장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영에서 이십 년 넘게 살았던 저도 가보지 않은 곳이 수두룩합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시조를 읊으셨던 수루에도 올라가서 한산도에서 보이는 한려수도의 풍경을 실컷 바라보고 왔습니다.

장장 8시간 가까이 한산도를 둘러보고 다시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파라다이스 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고 가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으니 다음엔 지인들과 함께 한산도를 방문해 볼 요령입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일주일 동안 통영에 있었습니다. 요 몇 년간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게 아닐까 하는데요.

언젠가부터 여름휴가라는 것도 못 가 보고 계속 일만 해왔기 때문에 이번엔 통영에서 푹 쉬자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쉬면서 친구들도 보고 뵈어야 할 분들도 뵙고, 통영에서 최초로 열리는 중요한 행사도 보려고 했지요.

원래는 한산대첩 일정에 맞춰 오려고 했습니다. 남망산에서 쏘는 불꽃놀이로 화려하게 시작되는 한산대첩제는 꼭 가고 싶은 축제였지요.

이번에는 특히 SNS를 통한 홍보가 잘 되어서 여러 가지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기에, 가고 싶은 마음은 예년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많아 한산대첩 기간에 통영에 내려갈 수 없었어요. 아주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SNS를 통해 제1회 통영 인디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평소 홍대 인디 뮤지션들이 자주 공연을 하는 ‘커피로스터즈 수다’와 쌍욕라떼로 유명한 카페 울라봉 등지에서 열린다더군요.

하는 일이 공연기획이라 인디와 메이저를 막론하고 공연을 자주 보긴 하지만 통영에선 본 적이 없어서 이번 행사는 놓칠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통영행 버스표를 끊었지요.

동피랑에 높게 걸려있던 인디 페스티벌의 현수막. 이 포스터를 통영 곳곳에서 보셨을 겁니다.

통영 제1회 인디 페스티벌의 첫 문을 연 ‘버거싶다’. 일정상 꼭 보고 싶던 통영 인디 페스티벌도 시작일인 금요일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인 26일에 아침 10시 버스로 부리나케 서울로 올라와야 했어요.

그래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통영에서 보는 공연은 너무 환상적이었습니다. 통영에서의 공연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태풍이 막 지나가서 그런지 하늘과 구름이 정말 이쁘더군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공연을 볼 땐 어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희열이 벅차올랐습니다. 공연을 보던 누군가에겐 그때가 꿈만 같던 순간일 수도 있겠더군요.

'에스테반'에 이어 통영 1회 인디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 '도마'
'에스테반'에 이어 통영 1회 인디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 '도마'

위 사진에서 공연을 한 '도마' 씨는 서울에 있는 제게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오직 음악성으로만 수상을 결정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후보로 오른 적이 있을 정도지요.

홍대에서 공연할 때도 매번 많은 관객이 자리를 차지하는 유명 뮤지션입니다. TV에는 잘 나오지 않는 '인디뮤지션'이지만 TV에 나오는 뮤지션들에게 실력이나 인기가 크게 밀리지는 않습니다.

이 행사의 타이틀이기도 한 '인디'라는 말이 무명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인디(indie)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를 뜻하는 말로, 거대자본이나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난 창작자나 창작물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인디밴드'라는 용어처럼 음악에 많이 쓰이긴 하지만 출판사나 영화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인디'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저를 소개할 때는 인디문화기획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 인디라는 것에 대해서 좀 많은 칼럼을 써보려고 합니다. 물론 통영 출신과 통영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인디뮤지션들의 이야기도 할 겁니다.
 
이번 원고의 테마와 황홀한 경험을 하게 해 준 통영 1회 인디 페스티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회 인디 페스티벌 때는 행사 내내 함께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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