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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9-06-21 23:26 (금)
황량한 겨울에 핀 빨간 루비 꽃!
황량한 겨울에 핀 빨간 루비 꽃!
  • 한국여행작가협회 최정선 작가
  • 승인 2018.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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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선 여행작가와 함께 '어디든'] 구례 산수유 마을

'내가 본 진짜 통영', '생각없이 경주'의 저자인 한국여행작가협회 최정선 작가의 여행 에세이입니다. - 편집자주

산등성에서 본 현천마을.
산등성에서 본 현천마을.

구례 산수유를 찾아가는 길은 여러 차례 방문해 익숙하다. 겨울 산수유 열매가 빨간 꽃을 피웠다는 말에 엉덩이 붙이고 있을 수 없어 애마의 페달을 밟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현천마을. 붉은 빛을 발하는 산수유와 마을을 담은 저수지가 명경지수다.

황량한 겨울, 돌담 사이로 찬란하게 붉은 빛을 빛내고 있으니,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 겨울 소나무의 비견된다. 담벼락 사이로 늘어진 감나무의 주홍빛 홍시와 톤인톤(tone in tone) 깔맞춤한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이집 저집 산수유나무 열매가 새색시 연지 곤지마냥 붉다. ‘곱고 빨간 열매를 겨울에 볼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진풍경이다.

산등에서 바라 본 현천마을의 산수유는 단풍으로 빨갛게 물든 듯하다.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영롱함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꼭 루비 꽃이 핀 것 같다.

발길을 돌려 반곡마을로 향했다. 구례 산수유 마을을 산동마을이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산동은 행정구역인 ‘산동면’을 지칭한다. 산수유 축제로 유명한 반곡 및 상위, 하위마을을 비롯해 저수지가 매력적인 현천과 원좌마을, 산수유 시목이 자리 잡은 계척, 달전마을을 구례 산수유 마을이라 여기면 된다.

한겨울 빨간 산수유 열매의 매력은 눈 속에서 보석처럼 빛날 때다. 나도 눈과 대비를 이루는 산수유를 은근히 기대하고 갔다. 어릴 적 국어책에서 읽은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를 연상해 본다.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를 상상하며.. 하지만 맹렬한 겨울 날씨는 매서운 바람만 안겨줬다.

 김종길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중략>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돌담 사이로 찬란하게 붉은 빛을 내는 현천마을의 산수유.
돌담 사이로 찬란하게 붉은 빛을 내는 현천마을의 산수유.
정감있는 현천마을의 돌담길.
정감있는 현천마을의 돌담길.

웬 횡재!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수육

반곡마을 초입, 허기를 채우러 길손식당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대여섯 명이 마당에 모여 김장을 하고 있었다. 수확한 배추를 절여 평상에 위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동네 아낙네들이 속을 버무리고, 산수유 열매를 닮은 붉은 빛깔 속을 배추에 넣느라 떠들썩했다.

다들 볼이 빨개져있다. 늦은 김장을 부랴부랴 하는 중이라 다른 메뉴는 주문이 안 되고 청국장만 가능하단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인장이 미안한지 때깔 좋은 김장 김치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수육을 한 점 상에 얹어준다.

웬 횡재! 부들부들한 수육과 직접 띄운 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동행인은 ‘탁월한 선택이야’를 연신 외친다. 계산하고 나가는 데, 덤으로 검은 비닐봉지에 김치 두포기도 담아준다. 김치는 누가 뭐래도 담근 첫날이 최고다.

마당에 모여 김장을 하는 반곡마을 아낙네들.
마당에 모여 김장을 하는 반곡마을 아낙네들.
때깔 좋은 김장 김치.
때깔 좋은 김장 김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수육.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수육.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냐, 슬슬 반곡마을로 산수유 마실을 나섰다. 대음교를 중심으로 서시천이 흐르고 평촌과 대음, 반곡마을을 잇는 ‘꽃담길’이 잘 조성돼 있다. 길 따라 산수유가 빨간 열매로 겨울 산새의 먹이가 된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산수유는 내년 봄을 위해 봉긋봉긋 꽃망울을 안고 있다.

반곡마을의 '꽃담길'에서 본 대음교.
반곡마을의 '꽃담길'에서 본 대음교.
이끼 낀 돌과 루비 빛 산수유 열매.
이끼 낀 돌과 루비 빛 산수유 열매.
길 따라 산수유가 빨간 열매로 겨울 산새의 먹이가 된다.
길 따라 산수유가 빨간 열매로 겨울 산새의 먹이가 된다.

모락모락 온천은 여행의 백미

산수유 여행은 지리산온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원을 그리듯 산수유 마을을 형성한 반곡~하위~상위 마을은 각자의 색깔을 갖고 있다. 눈을 즐겁게 하는 산수유 여행을 했다면 마지막 한 큐(one cue)로 온천이 최고다.

우리나라 최고의 온천인 지리산온천이 산수유 마을 아래에 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순 없지 않는가. 추운 겨울, 따듯한 온천이 더욱 그리워질 때다. 움츠러진 몸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수에 푹 담그면 피로가 스르륵 다 녹아버린다.

이곳은 특히 야외 온천이 유명하다. 땅속 마그마가 만든 뜨거운 물이 지표면으로 솟아난 천연의 목욕탕. 온천욕은 겨울 여행의 백미다. 몸의 에너지를 북돋는 데 온천만한 것이 없을게다.

지리산 온천의 대명사, 지리산온천랜드
지리산 온천의 대명사, 지리산온천랜드
The-K 지리산가족호텔의 노천온천.
The-K 지리산가족호텔의 노천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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