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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9-04-29 12:04 (월)
미륵산 봄 여신 1화 : 바람의 딸, 변산 바람꽃
미륵산 봄 여신 1화 : 바람의 딸, 변산 바람꽃
  • 미디어스 통영
  • 승인 2019.0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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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륵산에 핀 봄의 여신들이 환한 미소로 손짓한다. 특히 사랑받는 야생화가 변산 바람꽃, 노루귀, 얼레지다. 지난 글들을 뒤지다 봄의 여신들을 예찬한 글이 있어 다시 정리해 볼까 한다. - 글쓴이 주

1화 미륵산 봄 여신 : 바람의 딸, 변산 바람꽃

포근한 겨울이 유지되어 봄인지 겨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날씨다. 따뜻하지만 겨울은 겨울이다. 살을 에던 겨울은 입춘 앞에 한풀 꺾이는 가 싶더니, 역시나 입춘의 추위를 실감나게 하는 속담이 불쑥 떠오른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라는 우리말 속담은 입춘이 다가올 무렵 꼭 늦추위가 온다는 뜻이다. 그 말이 실감날 정도로 입춘 한파가 통영을 덮쳤다. 입춘이 안겨준 꽃샘추위를 이기고자 조상들은 추위와 싸우며 나온 햇나물을 먹으며 건강을 지켰다.
 
꽃샘추위를 이기고 세상에 나오는 것은 햇나물만이 아니다.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야생화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메시지를 꽃샘 추위와 함께 전달해준다.
 
응달진 골짜기는 얼어 있지만 봄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다. 얼었던 길이 따뜻한 기운에 녹아 질퍽해진다. 이 길을 힘겹게 걷고 있는 등산객들이게 수줍게 내민 화사하고 작은 얼굴들이 바로 변산 바람꽃이다.
 
낯선 이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변산 바람꽃은 척확지굴 이구신야(尺蠖之屈 以求信也)의 결정체다. 자벌레가 몸을 구부려 다시 펴기 위함은 훗날 큰일을 위해 잠시 한숨을 돌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높이 도약하고자 움츠리는 형태를 말한다.
 
산에 핀 야생화는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수수하다. 겨울의 혹독함을 이기기 위해 바짝 몸을 움츠렸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그들만의 은근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 작은 꽃들은 겨울의 지루함을 잊고 봄의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통영에서 만난 봄의 야생화 변산 바람꽃은 바람꽃 종류다.
 
꽃술 쪽으로 은은한 보랏빛이 피어올라 하얀 연기처럼 사라지는 바람꽃은 그 모습과 달리 칼같은 겨울의 신을 이겨냈을 정도로 강인하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바람꽃속 식물은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으로 약 18종 정도가 된다.
 
바람꽃들은 뿌리줄기로 번식하여 옹기종기 모여 핀다. 또한 이 꽃들은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바위틈이나 낙엽 사이에 피기 때문에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들은 모양새의 특징은 하얀 꽃받침을 꽃잎처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흰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 잎이라는 사실이다.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받침 잎을 꽃잎처럼 넓게 활용한 자연의 이치다. 진짜 꽃잎은 그 안쪽에 초록색으로 빙 둘러쳐진 깔때기 모양이다.
 
변산 바람꽃은 입춘이라는 단어가 만발해지면 나타나는 야생화다. 등반길에서 배꼼 내민 변산 바람꽃 하나를 보았다. 조심히 허리 낮춰 보니 다른 녀석들도 총총히 피기 시작했다. 엄지공주가 생각나는 작달막한 변산 바람꽃은 수줍게 세상과 인사하고 있었다.
 
바람꽃 중 변산 바람꽃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바람꽃의 속명(屬名)은 아네모네(Anemone)로,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에는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 연약한 외모 덕분에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라 추측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 바람꽃은 여름에도 핀다. 연약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뿐만 아니라 강인한 칼의 여인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바람꽃도 있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 막바지 설악산에 자라는 바람꽃은 키가 사람 정강이 높이까지 자라며 줄기도 굵고 강인한 꽃이다.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 때문에 바람꽃과 비슷하게 생긴 야생화면 그냥 아네모네 속과로 분류해 바람꽃이라 이름이 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변산 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이 아니라 에란디스(Eranthis)속 식물로 '바람꽃'이 아니다. 에란디스는 그리스어 er(봄)와 anthos(꽃)의 합성어로, 이른 봄에 피는 식물이나 꽃에게 붙여진 속명이다. 이 말은 ‘그냥 봄을 알리는 야생화다’라는 뜻이다. 참 얄궂다. 여하튼 나는 변산바람꽃을 그냥 '바람의 딸'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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