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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9-04-29 12:04 (월)
밥상에서 시작한 통영의 봄, 도다리쑥국
밥상에서 시작한 통영의 봄, 도다리쑥국
  • 미디어스 통영
  • 승인 20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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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선 여행작가

통영의 봄은 밥상에서 시작한다. 겨울을 주름잡았던 물메기탕이 자취를 감춘 뒤 슬그머니 도다리쑥국이 안방 식탁과 통영 시내 식당을 점령한다. 미세먼지를 뚫고 통영 봄의 상징인 도다리쑥국이 돌아왔다.

단언컨대 봄철의 기막힌 맛, 대명사 하면 햇쑥으로 만든 음식이다. 향긋한 향이 그윽하게 올라온 쑥국이 으뜸이다. 통영 쑥이 특히 맛있는 건 해풍을 맞고 자라서이다. 파릇파릇 돋아나기 시작한 쑥 캐는 재미도 있지만 먹는 기쁨은 배가 된다. 통영 쑥은 향이 깊고 식감이 뛰어나다.

봄엔 역시 도다리쑥국과 회가 진리다. 쫄깃한 식감의 회를 맛본 후 개운한 도다리쑥국으로 입가심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봄 향기로 온몸이 젖는다. 봄 도다리회 하면 뼈째 썰어 먹는 일명 ‘세꼬시(뼈회)’로 먹는 게 정석이다.

통영에서 유통되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가 다수다. 얼척없게도 문치가자미가 진짜 도다리로 둔갑한다. 하물며 진정한 도다리라 여겨 ‘참도다리’라 부르기도 한다. 우선 도다리라는 생선의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 가자미, 넙치(광어), 서대 등이 가자미목에 모두 포함된다. 배를 바닥에 깔고 사는 납작한 생선은 모두 가자미목이다. 이렇게 가자미 사촌지간 생선은 무려 500여 종에 이른다. 한마디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이 힘들다.

보통 도다리는 12월부터 1월까지 두 달간 금어기를 거친다. 그러고 나서 2월 말부터 4월까지 봄철에 많이 잡힌다. 다시 말해 ‘금어기’의 등식어가 ‘산란기’다. 이 시기가 끝난 가자미는 살을 붙이고자 먹이가 풍부한 해안으로 집결한다. 이런 자연의 이치상 봄이 되면 어획량이 안 느는 게 이상할 수밖에 없다. 이쯤 어획되는 봄 도다리는 맛도 뛰어나고 인기도 최고다. 겨울철 산란을 끝낸 봄 도다리는 새살이 차올라 부드럽고 쫄깃하다. 맛의 비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도다리에 대해 파헤쳐 보자. 광어(廣魚)와 도다리는 그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다. 광어는 넙치의 한자어다. 몸통이 다른 물고기에 비해 아주 넓게 생겨 붙은 이름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도다리와 광어, 도다리와 가자미는 모양이 비슷해 많이 혼동한다. 하지만 도다리는 양식이 안 돼 대부분 자연산이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 가운데는 값싼 가자미를 도다리로 속여 팔거나, 양식한 넙치를 자연산 도다리로 속여 파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래서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하기 위해 ‘좌광우도’, ‘삼삼둘둘’ 등의 말이 생겨났다. 그럼 한번 풀이를 해 보겠다. 좌광우도는 눈이 좌측에 쏠려 있으면 광어 우측에 쏠려 있으면 도다리를 뜻한다. 삼삼둘둘은 ‘도다리’와 ‘오른눈’ 세 글자로 구성된 점과 ‘광어’와 ‘왼눈’ 두 글자로 이뤄진 점에서 착안한 구별법이다. 때론 입 모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광어는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며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다.

봄이면 통영의 식당들은 하나같이 바쁘다. 도다리쑥국을 먹고자 모여든 사람들로 왁자하다. 그들 틈에 나도 한 숟가락 뜬다. 해풍 맞은 햇쑥을 뜯어 넣은 맑은 지리로 끓인 도다리탕.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일상처럼 접하는 밥상에 있는 것 같다. 나른한 따뜻함이 몰려오는 초봄, 도다리쑥국 한 그릇으로 그윽한 봄을 제대로 느껴보자.

덧붙이는 글 : <생각없이 경주>, <내가 본 진짜 통영>, <섬섬옥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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