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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0-02-27 03:05 (목)
점빵일기11. 식이와 상구아저씨
점빵일기11. 식이와 상구아저씨
  • 기고
  • 승인 2018.05.0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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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빵주인 이꼭지

새벽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가 와도 식이의 출근시각은 정확하다.
“식아~ 뒷문 샤타 올리고~ 아이스크림통 따까리 열어라~”
“오빠한테 식이가 머꼬? 오빠라 쿠모 해주끼다.”
나는 속으로, ‘아이고 개뿔. 오빠는 무신 오빠 겨우 두 살 더 묵은 거 갖꼬...’
하지만 “오빠야~~ 이거 쫌 해주라~” 세상없이 보드랍게 불러준다.
그리고 음료수 캔 하나를 투척해야 ‘오빠만 믿어!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 의 투혼을 보인다.
 
식이는 강아지 복남이의 뒷다리를 잡고 복남이가 볼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복남이는 너무 늙어서 혼자서는 볼일을 못 보니 오빠 소리를 들은 식이가 다 알아서 뒷다리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상구아저씨 비를 맞고 등장. ‘오데 남는 소주 없나’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저씨는 아침부터 술이가? 그라고 비 오는데 우산이 없나? 와 비를 맞고 댕기노?”
“이기 비가?”
“그라모 이기 수돗물이가?” 나중에 아침밥 묵고 아홉시 넘어서 오모 한 병 주께 지금은 안된다. 너무 일찍타!”

식이가 복남이의 뒷다리를 잡고 있는 사이에 상구아저씨는 잠시 접어둔 식이의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갔다. 
한참 지나고서 우산이 없어진걸 알게 된 식이는 오로지 우산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제집이고 점빵 안팎을 뒤지고 다녔다.
까만 우산만 보이면 손잡이에 해둔 혼자만 알고 있는 표시를 확인했다.
비를 쫄쫄 맞으며 식이는 우산을 찾아 온길을 헤매고 다녔다.

약속한 소주 한 병에 점빵에 나타난 상구아저씨.
“상구!! 그 우산 한번 보자.”
“와? 금방 우리집에서 씨고 내리왔는데”
“조봐라”
“자-자-봐라-”
“내꺼 맞네. 내가 손잡이에 전기 테이프로 감아놨다 아이가.”
“오데 전기 테이프가 있노?”
“내낀데! 내끼다!”
식이는 계속 “내낀데! 내끼다!”를 반복해대고 상구아저씨는 휘청휘청 하면서도 우산을 꽉 잡고 놓지를 않는다.
잘난 우산 한 개에 둘의 싸움은 명줄을 건 듯이 보였다.
온갖 막말이 오가고, 길바닥 물웅덩이에 비를 맞고 둘이 엉겨서 구르고, 참참참. 
“시끄럽다--둘다 안떨어지나--다-가라--할라모 저기 절로 가서 해라!”
결국, 우산은 완전히 망가지고 싸움은 끝이 났다.
나는 나대로 말썽꾸러기 아이들 혼내듯 둘을 혼내고, 우산 한 개씩 손에 쥐어주고 상구아저씨는 소주 한 병까지 해서 집으로 보냈다.
점심나절에는 비가 그치고 볕이 났다.
식이와 상구아저씨는 자판기 앞에 나란히 서서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참 ‘창사없는’ 사람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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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 2018-05-02 09:16:18
사장님이 지켜보고 있으니 두사람 다 사장님만 믿고 엉겨붙은거 같아요. 결국은 윈윈이네요. 하하...

대한공주 2018-05-02 02:56:00
‘이기 비가?’
‘그라모 이기 수돗물이가?’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빵 터지고 갑니다 ~^^*

껌딱지 2018-05-01 11:34:42
비 맞음 이 생겨요ㅋㅋㅋ모두들 홧팅하세요^^

둘리 2018-05-01 11:12:30
비오는날 우산없으면 큰일나죠
사수해야되요ㅋㅋㅋ

수호천사 2018-05-01 09:50:03
비오는날에우산잊어버리면완전짜증나죠??
오늘비온다는데사장님도힘내시고파이팅하세요~^^